여행 이야기

[스크랩] 사진~~그 기다림의 미학

새울* 2010. 3. 14. 14:12

흔히 사진을 말하기를 빛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아직 문턱에서 어슬렁거리고 있긴 하지만
빛의 양과 시간에 의해서 영상의 아름다움이 결정 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한가지 더 덧 붙이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기다림의 미학이라 하고 싶다.
한여름밤 피어나는 빅토리아(연꽃)를 찍기 위해 아침부터 밤새워 기다리지 않으면
아름다운 빅토리아를 만나기 힘들다.

 

이른 새벽 찬공기를 가르며 시외버스에 몸을 싣고 종일토록 달려 도착한 주남저수지,..
오후 4시 30분을 훌쩍 넘었다.
날씨도 황사에 안개까지 겹쳐 시야가 좋지 않아 별로 인데...
시간이 늦어 고니란 넘들 모두 잠자리에 든 듯 하다.


내일을 기약하고 자리를 뜰 수 밖에.....

다음날 유명한 을숙도에 고니가 많을 것이란 기대로 새벽부터 찾아 갔지만 주위의 오염으로 한마리도 만날 수가 없었다. ㅠㅠㅠㅠㅠ


낮시간 부산에서 약속이 있기에 주남으로 곧장 가지 못하고 점심 식사후 부랴부랴 찾아 갔지만 4시넘어 도착하였다.

아쉬운대로 일몰사진 몇장으로 대신하고 발길을 돌리는 심정. 아쉬움과 미련 범벅이다.
이대로 단념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하나~~~잠도 안 온다.

 

다음날 새벽 서둘러 주남저수지에 도착하니 9시 40분~~~
날씨는 화창한데 ...호수 가운데 점점이 아직도 수면을 취하고 있는 백조의 무리..
앉을 곳도 없고...삼각대..카메라 받쳐 놓고 서성이길 한시간여...
간간이 청둥오리..물오리떼만 날고 있을뿐 고니란 녀석들 미동도 하지 않는다

 

12시 30분엔 가야 하는데....버스 예매 시간때문에~~~
마음이 초조하고 화까지 나려 한다. 이대로 발길을 돌려야 하나?

11시 30분이 지나니 한 두 넘씩 고개를 든다. 

기지개도 켜고...털고르기로 하고...그러다간 다시 외다리로 선채 잠을 자는 넘...
마음 같아선 돌맹이라도 던져 단잠을 깨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12시가 넘으니 근접 해 있는 대여섯 마리가 모두 잠에서 깬 듯 하다.


몇가지 포즈를 잡아 주기에 캄라에 담고...비상의 순간을 잡아야 하는데...
눈을 캄라에 고정시키고 엉거추춤 기다리기를 얼마인지~~
무엇에 놀랐는지 대장을 선두로 일제히 비상을 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날아 가 버리니 순간 포착을 못 했다.


한 술에 배 부를리 없지만......넘 아쉽다.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가 백조의 비상순간을 보고 비행기를 만들었을까?
비행기의 이륙과 많이 닮았다..활주로를 달리다 이륙 하듯 물위를 겅중겅중 뚸다가
물을 박차고 비상을 한다.

 

아쉽고...미흡하기는 하지만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 헛된 출사여행은 아닌 듯 싶다.
 콩알 만한 야생화가 피기를 겨우내 목 빠지도록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다.


겨울엔 눈 비집고 새싹 틔우는 야생화를 기다리고....여름엔 멀리 시베리아 추운곳에서
날아 와 줄 철새들을 기다리고....

기다릴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황홀한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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