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치앙라이 나들이..
2007년 겨울, 치앙라이 나들이
치앙마이는 매년 오면서 치앙라이는 참 오랜만입니다.
치앙마이에서 버스로 겨우 3시간 거리, 치앙라이가 있습니다.
골든 트라이앵글로 향하는 관문이라지요.
치앙라이,
내가 좋아라하는 북부 도시 중의 하나입니다.
어디를 좋아하냐구요.
태국 북부에서 세 곳을 꼽으라면,
치앙마이, 난, 치앙라이를 꼽지요.
물론 도시 중에서만 말입니다.
도시가 아닌 곳도 포함시키라면,
당연히 '빠이'가 들어가야겠지요.
치앙라이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부르는 사람이 없으면 올해도 치앙마이 골방에서 원고나 쓰다가
방콕으로 내려갔을테지요.
카메라 하나 메고 치앙라이로 갔습니다.
버스타고 가며 아차 싶은게, 여권이었는데
골든 트라이앵글쪽은 미얀마, 라오스 국경과 인접해,
또 마약이 밀매되는 루트여서,
하나더 붙이면 탈북자들로 주로 오가는 루트여서,
버스를 타고 가면 중간중간 경찰이 신분증 검사를 합니다.
이번에도 갈때는 신분증 확인하러 경찰이 버스에 타더군요.
여권이 없으니 한국 주민증을 쓸적 내밀었습니다.
뭐라하면 핑계댈 것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쓱 지나갑니다.
치앙라이,
해가 질 무렵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버스 터미널에서 변경된 버스 시간과 요금을 확인합니다.
(그 놈의 직업병)
그리고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누군가가 픽업 나왔고,
구 공항 근처의 호텔로 갑니다.
방 넓고 깨끗한데 350밧이라네요.
아침 포함, 인터넷 공짜.
동네가 조용해서 좋군요.
외국인 여행자들은 없고, 방콕이나 치앙마이에 온 가족들이 많습니다.
느즈막히 아니 일찍 저녁을 먹으러 빅씨로 갑니다.
엠케이 쑤끼. 매일 먹으라면 못 먹을건데, 오랜만에 먹으면 맛있습니다.
(매일 먹으라면 왜 못 먹냐구요? 글쎄요. 양이 많은가, 아님 뜨거워서)
그리고는 나이트 바자로 가자고 꼬십니다.
가봐야 별것 없는데, 사진 몇장 찍고 싶었지요.
나이트 바자 상설 무대에서 전통 무용을 공연하니까요.
터미널 옆 나이트 바자에 도착하니 노점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네요.
변한게 없네. 그런 느낌을 받았구요
치앙마이에 비해 턱없이 작은 나이트 바자는
턱없이 적은 사람들이 발길이 오갑니다.
물건 사지도 않으면서 흥정해보고, 사진이나 찍고.
아무도 사진찍는걸 신경쓰지 않으니 좋군요.
고산족 아줌씨도 멋쩍게 웃어 줍니다.
물건 하나라도 팔아보겠다고.
(물건은 사지 않고 사진을 현상해 다음날 건네줬습니다.)
(사진 찍은 사람의 최소한의 정성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비어 가든에서 맥주 한 잔을 얼음 타셔 마셨고,
쇼를 한다는 클럽에 가서 100파이퍼 한병을 시켜,
반쯤 마시고 나옵니다.
아침에 사원을 가고 싶었으나,
점심까지 먹고서야, 혼자 사원으로 향합니다.
왓 쩻욧을 시작으로 왓 프라씽, 왓 프라깨우를 걸어 다녔지요.
치앙마이에 비해 사원의 규모는 크지 않으나,
치앙마이가 수도가 되기 전, 란나 왕조의 수도였던
치앙라이도 나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지라,
사원들이 나쁘지 않습니다.
왓 프라깨우에는 박물관이 생겼더군요.
건물은 무척 큰데, 전시물은 별로 없지만,
왠지 근사한 박물관같아 오래 머물렀습니다.
(란나 왕조 불상이 어쩌니, 쑤코타이 왕조 불상이 어떠니 그런 이야기는 생략하지요)
사원에서 나와 재래시장을 잠시 둘러보고,
매꼭, 매콩이 가까워 생선이 많습니다.
매=강이란 뜻입니다요.
매 콩..그러니까 콩강인데, 그게 어찌하다 유럽으로 넘어가 '메콩 리버'가 된네요.
치앙라이는 화교들이 많이 삽니다.
중국과 가까운 탓도 있고, 국민당 잔당들이 패하면서 내려온 연유도 있고,
간판에도 중국어가 병기될 정도로 화교와 중국인을 위한 정책도 좋습니다.
사실, 치앙라이를 자세히 보면 중국 남부의 어떤 도시 같습니다.
중국 윈난이라고 해도 나쁘지 않겠지요.
(태국 사람이 들으면 안 좋아하겠지만.)
내 이야기인즉슨, 중국 남부에도 이런 도시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
소수민족이 사는 자치구도 중국에서는 이미 한족화가 완성되어,
어디를 가도 조용하고 작은 도시를 거의 볼 수 없는게 아쉬울 따름.
치앙라이, 여튼 화교들이 태국말을 하고,
태국인들과 섞여 잘 삽니다.
식사를 하러 갔던 몇곳의 식당도 화교들이었고,
역시나 중국말 하나도 못하더이다.
식사는 훌륭했고, 이방인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웃음도 좋구요.
저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쓰레빠 신고 조금 걸었던지, 커피 한잔 마셔줘야했구요.
도이창에서 가서 태국북부에서 재배한 커피를 마십니다.
치앙마이 도이창보다 커피가 진하고 쌉니다.
지난 주 많이 추워졌던 날씨가, 이번주는 낮에 제법 덥네요.
긴 옷입고 다니면 땀이 날 정도니까요.
하지만 해지면 다시 쌀쌀해 지는 전형적인 북부 겨울 날씨지요.
호텔 앞, 구 공항에 커다란 무대가 설치됐습니다.
채널 3번에서 공연을 하나봅니다.
보나마나 태국 뽕짝 가수들이 나와서 동네 아줌마들을 즐겁게 해줄테지요.
누가 나오나, 괜시리 의자하나 찾이하고 한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어짜피 해지기 전까지는 크게 할일이 없으니까요.
무대 주변으로는 노점이 한 몫 잠아보겠다고 가득합니다.
어딘선가 나타난 고산족 아줌마는 모든 상황이 신기한듯했으나,
내 눈에는 오히려 그가 더 신기했습니다.
멀리서 사진 찍다가 결국 다가서서 셔터를 누릅니다.
내가 태국인일거란 절대절명의 사실에 대해 전혀 의심없이
태국말로 말을 건네던 고산족 아줌마, 모델이 되어준 딸들에게
먹을거라도 사주라 합니다.
사진찍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가, 결국 다시 가서 아이들에게 오뎅을 사줍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무대는 란나 왕조의 무희들과 고산족들이 함께합니다.
물론 전속 무용수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꽃단장을 한거였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무대 앞까지 나가, 연신 사진을 찍으니,
staff쯤 되는 태국인이 내게, '일하러 왔냐'며 묻는군요.
무슨 로컬 신문사에 온 줄 알았나 봅니다.
'프레스' 딱지 한 장 달고 무대 위에 올라 사진찍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결국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사회자의 무대 인사가 나올때쯤 자리를 뜹니다.
호텔 방에서 듣자니 뽕짝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추워진 치앙라이의 밤.
참 한적하군요.
여전히 시골스럽니다.
라이브 바와 똠얌꿍.
똠얌꿍을 뎊히던 조리용 초가 온기를 선사했습니다.
치앙라이,
이틀 아무 계획없이,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빈둥댔군요.
음식 사진 많이 찍어서 본전은 챙긴 것 같고.
멀리서 반가운 이들을 만나, 아무도 보채지 않고 설렁거려서 좋았네요.
점심 먹고 치앙마이로 돌아오려했는데
버스표가 없어서, 두 시간이나 시간이 붕떠 버렸고.
결국 타이 마싸~까지 호사를 부렸군요.
2시간에 200밧이라네요.
밥은 같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과 함께 먹어야 제맛이 난다.
치앙라이 잠시 다녀왔다.
반가운 이들이 왔다가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또한 치앙라이가 궁금하기도 했다.
치앙라이.
다 좋았는데,
특히 밥 먹을때 제일 좋았다.
같은 음식을 먹고 즐거워할 줄 안다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시장통의 백반집을 여러번 기웃거렸지만,
매번 푸짐한 정찬은 우리를 기쁘게 만들었다.
벌써 그립니다.
시작은 쑤끼였다.
모처럼의 엠케이 쑤끼.
사람들을 만나긴 만난 모양이다.
마구 사진찍는 내게,
태국 드나든게 몇년인데, 아직도 엠케이 사진을 찍느냐고 핀잔이다.
치앙라이 나이트 바자.
오랜만인가 보다.
그런 관광객들 가는데가 가보픈걸 보면.
사진 몇장 찍고 싶었으니까.
비어 가든에 앉아 비아 씽을 마셨으나,
나는 사진찍느라 분주하기만 했다.
호텔 아침은 꽝이었다.
점심으로 호텔과 가까운 시장을 찾았다.
백반집이라 부를만한 식당은 다양한 음식을 내온다.
태국 점심이 그러하듯 카레와 바찬 몇개를 시긴다.
덤으로 쌩쏨을 콜라에 곁들인다.
그리고는 다시 저녁.
점심에 갔던 집을 다시 갔다.
저녁은 메뉴가 대빵 많아졌으나,
마음에 드는 건 그 옆집에 더 많았다.
두 집에서 적당히 나눠서 시킨다.
똠얌꿍, 푸팟퐁까리, 팟팍루암.
뭐 그런걸 시켰다.
늦은 밤, 야식.
일교차가 20도를 넘게 차이나며
낮과 밤의 온도가 전혀 다르다.
비아 씽을 마시며, 똠얌꿍을 야식으로 추가했다.
늦게 잤다.
아니, 일어나서 그냥 빈둥거렸다.
호텔 아침은 먹지 못했고, (먹을 마음도 없었고)
시장통을 걸어가 쌀국수를 먹는다.
나는 국물없는 카놈찐으로.
치앙라이 취재할때 몇번 들리던 곳이다.
화교가 운영하는 식당인데, 음식이 다양하다.
맛도 좋고 오래되고해 현지인들에게 무척 인기.
팟크라파우, 랍, 뭐 이런 것들을 시켰다.
하루 세끼밖에 못먹는 것이 아쉽다.
출처 - 치앙라이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