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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돈 2

새울* 2011. 2. 26. 12:02

안사돈은 나보다 2살위인 1943년 생이시다.
지리산 자락 남원의 유복한집 칠남매중 셋째 딸로 태어나 초등학교에 다니던 중
6학년 여름 열병을 앓고나서 두귀의 청력을 잃었다고.

 

이듬해 봄 인근 중학교 입학 시험에 수석 합격 하였으나 한 쪽 귀는 전혀 들을 수 없고 다른 한 쪽 귀도
완전히 들리지 않으니 진학을 포기 하였다가 공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음해 다시 시험을 보고 입학을 하였으나
말이 들리지 않으니 다른 과목은 그래도 따라 갈 수 있었으나 영어, 수학은 따라 갈 수가 없어
7개월만에 스스로 자퇴하고 말았단다. 선생님 되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도 버리고....

 

청력때문에 학업을 포기 하였으나 안사돈의 오라버니도 서울에서 교장선생님으로 정년 퇴직을
하신 교육자 집안이었으니 맘 고생이 얼마나 컸으랴

그때부터 책읽는 것을 낙으로 지금도 집에선 항상 책을 읽으신단다.


귀가 안 들리는 대신 시력은 좋으신 거 같다.
몇 년 전 십자수를 놓아 액자로 꾸며 보내신 작품이 지금도 큰 애네 벽에 걸려 있다.

집안에서 살림 배우고 독서하며 곱게 자라 바깥세상 모르고 사시다가 25세에 중매로 바깥사돈과
정혼을 하시고 신랑 얼굴도 결혼식날 처음 보았다니....나로선 먼 우리 부모님 시대 일처럼 느껴진다.

 

바깥사돈은 9남매의 맏이로 사범대학을 졸업하시고 교편을 잡고 계실 때 였다고 한다.
정혼을 하고 사진으로만 얼굴을 보고 주고 받은 편지가 애틋하다.

~~전략~~
***사진으로만 보아온 모습이 어렴풋이 떠 오르는군요. 저도 요즘 괜히 들뜬 마음을 안정시키고
밤이면 마음의 양식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한답니다.
어떻게 하면 부모님께 다시없는 며느리로,형수로,올캐로,아내로 본분을 다할 수 있을찌
골똘히 연구 하기도 해요. ~~ 중략~~
당신도 얼마 남지 않은 총각시절 멋있게 보내세요. 고운꿈 꾸시면서 편히 주무세요....***

 

이때부터 글 써 놓은 것을 보관했나 부다..대단한 사돈마님이시다.
결혼을 하고도 3년여를 바깥사돈은 객지에서 직장을 다니고 안사돈은 시집살이를 하셨다고.

신접살림을 나서도  월급을 고스란히 저축하며 근검 절약하여 동생들 뒷바라지 하여 모두 여우살이 시키셨다니
나로선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다.

 


그런 후덕한 인품으로 희생하신 보람이 있어 9남매 우애들이 얼마나 좋은지 나는 그저 입이 벌어진다.

큰 딸...명절때 시댁에 갔다 오면 하루 종일 설겆이만 하였다고 한다.


누가 누군지 구분 할 수도 없고 무려 4-50명은 모인단다.
9남매 내외에 아들 손주까지 다 모이면 그리 되고도 남으리라..

1년에 명절과 시할머니,시부모 생신, 방학때..이렇게 몇번 갈 수가 없으니 4-5년이 지나서야
어느분이 첫째 시 작은 아버님인지..누가 몇째 집 아들인지 구분을 하였다고 ~~~ㅎㅎ


 

그 많은 형제분들 모이면 음식을 얼마나 많이 장만해야 할까...
몇 사람만 모이면 외식하는 요즘 사람들과는 달리 안사돈 혼자 한 달 전.. 며칠 전부터 장만을 하셨다니...

그러고도 고향에서 홀로 계신 시어머님 수발하러 사흘이 멀다하고 다니셨으니 그 효심 놀랍지 않은가?~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시어머님 봉양을 하셔서 인지 복 많으신 사돈 할머님 95세 수를 누리시고 3년전
세상을 뜨셨는데도 글 중간 중간 시부모님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 있음에 그저 존경스럽기만 하다.

 

사돈할머님 생존시에 해마다 생신때면 9남매 가솔들 거의 다 모이는 건 당연하고 가끔은 지리산 콘도로
1박2일 가시기도 하고... 관광버스 대절하여 거제도로 놀러 가시기도 하고 그렇게 사돈 할머니 기쁘게 해 드리더니
9순 생신때는 9남매 내외분 20여명과 금강산을 가셨다네....

 

9남매 중 한분도 잃지 않으시고 고스란히 키워 9순 여행 하시니 얼마나 흐뭇하셨을까?
하늘도 감동하였는지...금강산에서 당시 김윤규 사장과 임동원특보 (전 국정원장)가 이 아름다운 광경을 보시고 
평양 교예단 공연에 특별 초청하여 특석에 앉게 하고 공연이 시작 되기전 관중에게 소개하여 박수도 받고
마이크를 잡고 안 사돈이 인사말도 하였으며 김윤규 사장에게 선물도 받았다고...

 

 

공연이 끝나고 예고도 없이 MBC 방송국에서 취재 나와 방송도 나갔다는데 그 방송을 못 본 것이 지금도 아쉽다.

 

안사돈 내외분 얼마나 효심이 지극하신지 부모님 가까이서 근무 하시느라 승진도 포기 하시고 평교사로 일생을
교직에 봉직하시다 몇년전 정년 퇴임하시어 지금은 두 내외분 남원에서 종중 일 돌보시며 소일하고 계신다.

 

부모님이 조부모님께 효도 하시는 것 보고 자란 정 많고 효심 지극한 나의 맏사위 ..

평교사로 정년 퇴임하신 아버님 안스러워 가슴에 멍울이 맺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