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안 사돈 4

새울* 2011. 3. 3. 21:57

 

***병상일지 중에서***

 

*내 무릎엔 항상 무엇인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파스에 케토톱
트라스트 등 무릎에 좋다고 선전하는 것들을 붙여 보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앞으로도 얼마만큼의 세월을 이 고통과 싸우면서 이어가야 할찌.....

 

*내 몸보다 더한 고통이 없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다.
아픈 곳은 모두가 내 몫 일 뿐 어느 누구도 대신 아파 줄 수 없고 내 아픔이
얼마만큼인지 본인 아니고는 어느 누가 알아 주랴..... 남의 염통 곪는 것이
내 손톱 밑 곪는 것 만 못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렇게 구차한 삶을 살다 보면 그이와 내 자식들한테 짐이 될까봐 가슴 졸이며
하루 하루를 살아 간다.

 

*뼈마디가 부딪치는 고통 속에서 보낸 어젯밤이었다.
하지만 수술 전 보다는 마음이라도 홀가분 하다
내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어린 아기 머리 만큼이나 컸다는 이물질이 나를 긴장과
두려움의 나날을 보내게 했나 보다.


수술 전까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별의 별 생각을 다 했었다.
열어 보니 암이라 손도 못 쓰고 닫아 버리는 상상에서 부터......

 

***수술의 두려움*** 중에서

 

*아기도 첫 아이는 경험이 없으니까 힘든지 어쩐지도 모르고 그냥 낳지만
둘째, 셋째 낳을 수록 두렵고 무섭다는데 수술도 마찬가지다.

세번째 수술을 하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마냥 어수선하고
복잡하다. 양쪽 무릎이 다 아프니 세번이 될찌 네번이 될찌.....

 

*통증때문에 안절 부절 잠을 이룰 수 없다. 초저녁에만 조금 자고 1시부터 줄곧
잠을 설쳤다. 얼음 찜질을 하다 앉고 걷기를 반복했다.

 

*오늘도 새벽 2시에 일어나 50바퀴 돌고 4시에 50바퀴,5시에 50바퀴를 돌았다.
석달 안에 운동을 해야지 석달이 지나면 굳어 버려서 운동을 해도 소용이 없단다.


*** 허리 디스크와 무릎 관절염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순간들***

 

*계단을 오르내리는 길이 상당히 먼 듯 가이드가 가마를 탈 것을 권했다 내일 일정을
생각해 타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를 따라 다니며 비디오 촬영을 했는데 식사중에 보여 주었다,
비디오 속에서도 모두들 즐거워 하는 데 나만 힘겹게 계단을 오르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마 타는 장면은 뭐가 좋다고 찍었을까?
그 장면을 보니 가슴이 터질 듯 울컥 무엇인가가 넘어 올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속이 상했다.

 

*아예 올라 가지 못할 어머님과 나는 등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맘 아파 할까봐 뒤도

돌아 보지 말고 부담 없이 올라가 구경 잘 하고 오라했지만 천하 명산 금강산의

 비경을 어찌 보고 싶지 않겠는가?


어느 누가 지금의 내 심정을 헤아려 줄 수 있을까?

 하지만 내 아픔은 단지 내 몫인 것을 인정 하기로 하자.

 

*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모자란 제가 감히 9남매의 맏며느리가 되겠다고 겁도 없이 그 자리에

섰지요.양쪽 무릎 관절염 때문에 20여년 넘게 고생해서 주위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한 것도

모자라 제대로 듣지도 못해 의사소통들 원활하게 못하는 저를 바라보며 얼마나 답답하셨어요?

많이 죄송했습니다.


그런데도 42년이 지나도록 행여나 제 마음 다칠세라 티 내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를 위해

주고  사랑 해 주는 애비가 있어 이제껏 살아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여태 누려온 행복은 올바르게 애비를 키워 주신 어머님 덕분 이라고 생각하고 살아 왔습니다.

 

 

 큰 애 결혼전 부터 안사돈은 관절염으로 고생하신 것 같다.
그런데도 20여년을 시부모 공양과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넷집 살림을 하셨으니

그 고통이 얼마만 하셨을까?


 사부인은 씽크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으시거나 방 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셨던 거 같다.

이제 허리 수술 ..무릎 수술도 하셨고 맏며느리의 소임도 끝났으니 
육체적 고통 없이 아들 며느리 효도 받으시며 여생을 편히 사시기 바라는 마음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