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는 이야기

안 사돈

새울* 2011. 2. 25. 22:08

안사돈을 처음 만난 건 상견례 하는 날.
만나 점심식사하러 식당으로 걸어가는데 바깥 사돈 큰 딸과 손잡고 정답게 걸어가신다.
뒤따라 안 사돈은 사위인 당신 장남과 손잡고 걸어 가시고...

 

나만 뒤에서 덜렁 덜렁 따라가는데 우리의 정서와는 딴 판인 것에 놀라웠던 기억이 먼저 난다.
우리 나이의 대부분이...더구나 충청도 양반인(?) 나로서는 생소하기만 한 광경이었다.


두분 모두 조용하면서도 정감이 가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그후로 만나면 먼저 포옹부터 해 주신다. 사돈 처녀인 내 딸들에게도...
그런 안사돈이 가금씩 나를 감동시키신다...

 

처음 맏사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라 결혼을 반대 했었다.
바깥 사돈어른이 9남매 맏이에 사위가 맏아들이며 시조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단다.
제일 반대를 한것이 나의 큰 제부인 애들 이모부였다.

단촐하게만 자란 내 딸이 그런 대 가족 집안에 적응을 못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용인에서 같은 학교에 근무하며 동료로 서로 정이 들었나보다.

추석에 내려 오며 사윗감을 데려 왔는데 요즘 말로 훈남이다.
요즘 세상 외아들 아니면 맏아들 아닌 넘이 몇이나 되랴 싶어 제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결혼을 허락했었다.

 

결혼 날짜를 잡고...모두가 그러하듯이 예단비를 미리 보내드렸더니
답례가 왔는데...나를 또한번 놀라게 하셨었다.


봉투에 빳빳한 돈으로 넣으시고 편지도 함께 보내 주셨다.
귀한딸 보내 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는데 편지지 한면이 빡빡했던 걸로 기억된다.

봉투 두개가 더 있어 열어 보니 둘째와 셋째딸에게도 돈을 보내 주시고 편지도 보내셨는데
이 돈으로 예쁜 옷 사입고 결혼식장에서 만나자고...
첫딸 결혼이라 어찌해야 할찌 두서도 없었는데 사돈어른들의 배려로 무사히 일을 치렀었다.

 

가끔 큰딸집에 가 보면 온갖 반찬이 냉장고 가득이다.
김치도 몇가지인지..배추김치,총각김치,돌산갓김치,깍두기, 동치미....하물며 나박김치까지~~
깻잎김치가 압권인데...고명으로 밤채를 쳐서 켜켜 넣었는데...그 밤채가 마치 실낱같다.

 

나는 까무라쳐도 흉내도 못 낸다. 거기에 더덕, 콩자반, 멸치볶음등등....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깃든 끝내주는 마른 안주...나는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김부각도 일품이다.
반찬의 종류를 열거 하재도 끝이 없을 것이다.
친정어미인 나는 한번도 해 준적이 없는데....

 

나의 둘째 셋째딸 시집 보낼때 폐백음식을 손수 장만 하셔서 보내주시기까지 하셨으니
음식 솜씨를 짐작하고도 남을것이다.

난 이 나이 되도록 김장을 몇번밖에 담아 보질 않았다. 몸이 약하고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엄마가 살아 계실땐 엄마가 해 주셨고 나이 들어선 식당하는 여동생에게 갖다 먹었기 때문이다.

 

큰 딸네 둘째넘 봐 줄 때 였다.
막내 신혼여행 떠나 보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김치를 담아 보낸다고 배추 열포기에 총각김치 5단 담아 놓고
몸살이 나서 일주일을 병원에 다닌적이 있었다.

 

큰 사위가 이해를 못하는 거다. 지 엄마는 김치를 담으면 한번에 20-30포기를 담으신단다.

넷집 살림을 하시니 홀로 사시는 안 사돈의 시어머님, 큰아들, 작은 아들..당신네...
이렇게 평생을 사셨다는데...장모는 겨우 10포기 담고 몸살이라니...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이렇게 솜씨 좋고 정이 많은 안사돈이 바깥사돈 7순잔치날 책을 내시고 출판기념회도 같이 하셨단다.
딸 아이가 책을 가져와 읽으며 감동 ...감동.. 몇번이나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책 제목이 " 9남매 맏며느리 이야기" 이다.

 

9남매의 맏며느리로 살아 오시며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겠는가?
읽어 보지 않고도 책의 두께로 짐작이 간다. 무려 600여 쪽.....
한손으로 들고 읽기가 버겁다.

 

일주일도 안되어 모두 읽었다. 흐뭇하고 안쓰럽고 부럽고 안타깝고 존경스럽고.....
혼자 묻어 두기 아까워 주요 대목을 소개 하련다.
나의 졸필이 안사돈에게 누가 될찌도 모르지만 ........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새로운 마음으로 신고합니다.  (0) 2011.08.01
롹키는 넘 자랑 마라~~~ㅎ  (0) 2011.05.05
마늘 까기  (0) 2011.02.09
눈물겨운 형제애~~~ㅎ  (0) 2011.02.08
구절초 차 향기처럼  (0) 201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