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는 이야기

[스크랩] 마늘 까기

새울* 2011. 8. 1. 19:19

 

 

며칠째 잔뜩 찌푸린 날씨가 사흘 굶은 시어미 얼굴 이더니 오늘은 화창한 봄날이다.
나야...영원히 시어미 될 리가 없으니 화사한 얼굴 이었지만 달구방 시어미들의 얼굴이
그렇지 않았을까?~~~ㅎㅎ

 

얼마전 며느리 본 늘사랑.샤론을 비롯...손주 보느라 여념이 없는 개나리,수선화..
손주 자랑에 염치도 없는 롹키 마눌,충청도 어딘가의 교수님 마눌,
마당은 안 쓸고 반찬 투정만 하는 마당쇠 마눌..등등등....ㅎㅎㅎㅎ


이 화창한 봄날 난 마늘을 깐다.
이제 어디가나 마늘 깔 일만 남은 나이가 된 듯하여 서글프기도 하다.
한 살 더 얹어  7학년을 바라보는 것도 속 쓰린 일인데....


며칠전 큰 딸... 시댁에 설 쇠고 오더니 바리바리 잔뜩 싣고 왔다.
그 속에 요즘 금값인 마늘이 한 봉지 들어 있다. 모른척 걍 광주로 오고 싶었으나

거의 99% 썩혀 버릴 게 뻔하다.

신학기 개학 하면 바쁘다는 핑계로 금 값 아니라 다이아먼드 값이라도 마늘 까고 있을

요즘 젊은애들이 아니지 않은가 .

 

난 젊어 어려울때 시댁에서 콩알 하나 마늘 한톨 받은 게 없었다.
항상 부러웠는데 내 딸은 넘치게 받고 있으니 사돈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라도 버리지 말아야지.

오전내 까서 사위에게 찧으라 했더니 제법 큰 통으로 하나 가득이다.

 

막내 집...뒷 베란다에  마늘 봉지가 눈에 띈다
직장 다닌다고 매일 바쁜데 몸까지 허약하니 그 마늘 깔 내 딸이 아니다.

어휴~~내 팔자야~~~그래서 난 오늘도 마늘을 깐다...
작년에도 막내 집에서 마늘 까고 갔는데~~~~~ㅠㅠㅠㅠㅠ

 

나도 시어미였다면....모른척 할 수도 있고( 미안해 할까봐~~)
사흘 굶은 얼굴로 그 비싼 것 보내 주니 다 썩혀 버린다고 큰 소리 치며

시집살이를 시켰을 수도 있는데.....
누가 시킨 건 아니지만.... 오늘도 난 마늘을 깐다.
카메라 둘러 메고 나가면 멋 있는 그림이 나올만한 이 화창한 날에~~~~

 

아들만 낳아 딸 둔 달구 부러워 하는 달구들아 ~~~부러워 마라.
딸만 둔 달구 정초부터 마늘만 깐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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