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는 이야기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새울* 2011. 10. 14. 20:05

지난 주 초딩 동창 모임이 있었다. 반가운 얼굴...얼굴...들.

모임의 기원은 남 초딩 6-7명이 고교 시절 포부도 거창하게 문맹 퇴치 한다고

결성한 모임이 세월이 흘러 흘러 초딩 동창 모임이 되었다나..

 

젊은 시절엔 남 초딩들만 모이다가 나이가 들며 여 초딩들이 생각났는지

일년에 두 번 봄 가을에 우리를 초대하는 식으로 모임을 갖는다.

 

내가 처음 이 모임에 참석한 것은 아마도....오십 한 두 살 때 쯤인 걸로 기억한다.

졸업 후 난 서울로 올라 왔으니 거의 40 여 년 만의 만남이었다.

 

고향 동네 불당골이라는 시골 초가집에서 한 여름에 만났던 것 같다.

모기가 밤새 극성을 부릴 때 였으니.......

 

그 때만 해도 얼굴도 팽팽하고 날씬한 몸매에 활기가 넘쳤었는데...

남 초딩들 또한 한창 잘 나가던 때 였으니....두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당당한 모습으로 기분도 낼 줄 알고 돈도 쓸 줄 아는 친구들이었는데...

 

낼 모레면 강산이 두 번은 변 할 세월이 흘러서 인지

서랍 한 구석을 차지한 고장난 시계처럼 되어 버린 친구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모이면 그렇게도 재미있었는데...노래방에서 밤새 불러 재껴도 목 아픈 줄 모르고 즐거웠는데...

 이제 한 곡만 불러도 목이 아프단다.

 

발을 헛 디뎌 팔, 다리, 어깨 골절상을 입어 고생하는 친구가 셋이나 되었다.

그래도 어깨 ,팔 아픈 친구는 모임에 올 수 있었지만 다리 다친 친구는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이제 겨울이 오면 눈 길에 낙상하는 노친네들이 많을 터인데...

그 중에 우리도 한 몫 할 것 같아 씁쓰름 하다.

 

부엌엔 얼씬도 안 했었다는 어느 남 초딩..이제는 설거지. 빨래. 청소... 무엇이던 아내를

즐겁게 해 주는 일이라면 서슴치 않고 한다는 너털웃음 속의 허탈함이 나를 슬프게 했다.

 

당당하던 모습은 간 데 없고 허옇게 바랜 흰 머리칼하며..축 쳐진 두 어깨를 봐야 하는 동창 모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결코 유쾌하기만 한 모임은 아니었다.

 

구부정하고 초라한 모습의 걸음걸이... 주름투성이 얼굴이지만 안 보면 궁금하고..

만나면 반가운 얼굴들이니 오래 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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