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는 이야기

다래끼

새울* 2011. 10. 21. 22:23

내가 운동을 시작한 건 엄마가 돌아 가시고 난 후 부터였으니 한 20년은 족히 되었을 거다.

65세의 젊은 축에 드는 연세에..뇌졸중으로 떠나시고..

할아버지도..외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뇌졸중 ..흔히 말하는 중풍으로 세상을 뜨셨으니 충격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이들면 으례 중풍을 앓다 죽는 게 당연시 되던 때 였지만 앗차 싶었지.

그 땐 자유로이 시간을 낼 수 있는 처지가 못 되었으니 주말에 주로 산엘 다녔다.

 

그러다 헬스에 입문..퇴근 후 내 나름 열심히 하였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4-5일은 1시간에서 2시간정도 하였으니... 주말엔 산행을 하고...

 

백수가 된 후~헬스를 접고 요가를 한지도 벌써 햇 수로 5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하는 제일 큰 이유는 울 엄마처럼 중풍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다.

지금도 내 나름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벌써 20여일이 지난 어느날~~~~~

검색할 일이 있어 만 이틀을 밥 먹고..볼 일 보고..요가하는 시간 2시간 빼고..

꼬박 이틀을 컴과 싸우고...밤 12시경 자려고 하는데 눈 밑 뺨의 감각이 이상타.

 

거울을 보니...왼쪽 눈밑이 한 대 얻어 터진 것처럼 푸르스름하기도 하고..ㅎ

축 늘어진 것도 같고 소복히 부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감각도 없고....

컴을 넘 많이 하여 피곤해서 그러려니...자고 나면 괞찮겠지...

 

이튿날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니 그대로다.. 그 때부터 기분이 영 ~~찝찝해 진다.

중풍이 오려면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는데..... 혹 전조 증상이 아닐까?

얼굴에 이상이 있으니 구안와사 아닐까?

마음이 급해지고...겁이 난다. 아직은 아닌데...그러면 안되는데....

 

무릎때문에 다니는 한의원으로 달려가 가족 내력을 야그 하고 왜 그러냐 했더니..

맥을 짚어 보고..아직은 아니란다. 얼굴 상태를 보더니...그래도 연세도 있으시고 얼굴에 이상이 있으니 앞으로 몇 달 안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예방 차원에서 침을 맞으란다.

 

졸지에 온 얼굴에 침을 꽂아 고슴도치를 만들어 놓았다. 구안와사면 시일이 꽤 걸려야 정상으로 돌아 올텐데...고민이다.

기분도 꿀꿀하다.~~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조심했는데...

 

하루 종일 틈나면 거울만 보게 된다..나아지는 징조는 안 보이고...컴도 꺼 놓고...지가 무슨 청춘도 아닌데...몸과 눈을 혹사하여 이런 사단이....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그 날 밤 다시 거울을 보니 눈이 충혈되었다. 눈을 혹사하긴 했나부다 생각하고 눈꺼풀을 뒤집어 보니..엥~~~

 눈 아랫 쪽 안에 하얗게..좁쌀만 한 게 보인다.

피곤해서 그런 가 보다 생각만 했지 다래끼라고는 꿈도 못 꾸고..

 

불행하게도 연휴가 겹쳐 약국도 병원도 문을 연 곳이 없으니 기다릴 밖에~~

연휴가 끝나고 단골 안과에 가니 다래끼 란다. 이미 부풀대로 부풀어 약으로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약으로 삭여 보고 다음 주에 안 되면 수술하자고.

 

그 순간~~~휴~~다래끼야 고맙다. 고마워~~까짓거 부풀어 커지면 수술하면 되고~~좀 아프고 말면 되지~~ㅎㅎㅎ

 

칼대고 수술한다는데 기쁜 건 뭔 시추에이션~~~~ㅎㅎㅎㅎㅎ

 

지어주는 소염제 며칠 먹고 안약 두가지 ..일주일후 다시 갔더니 수술하자고...

망설이니 다음 주까지 기다려 보잔다.

아직도 안약 넣고 모래알이 들어 간 것처럼 이물감이 느껴지지만 수술 안해도 될 것 같다.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내 맴은 룰루 랄라다. 휴~~다행이다. 그러면 그렇지~~내가 얼마나 열심히 운동했는데.....

어설프게 아는 것도 병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은 격이다.

 

다래끼~~~어렸을 적...눈 다래끼가 나면 울 할머니...무엇을 그리 많이 주워 담으려고 다래끼가 났냐고 놀려 대시던 일이 생각난다. 결국 욕심이 많다는 야그 셨는데...

 

다래끼는 눈 다래끼도 있지만...시골에서 쓰던 아가리가 좁고 바닥이 넓은 바구니를 뜻하는 말도 있다.

짚이나 대나무..칡덩쿨로 엮어 만든 바구니를 말 하는데 욕심이 많은 사람은 많이 주워 담았을테고...그런 연유로 할머니는 그런 말씀을 하셨으리라.

 

그 다래끼를 눈에 단 것이 눈 다래끼 아닐까?? ~~~내게 눈 다래끼가 생길 만도 하다.

컴으로 사진도...검색도...몇 날 며칠 주워 담았으니....ㅠㅠㅠㅠㅠㅠ

 

 

주먹만한 눈 다래끼가 달렸어도 좋다...구안와사..중풍의 전조증상이 아니었으니~~~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