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가는 이야기

[스크랩] 나의 할아버지~~~1

새울* 2010. 3. 14. 13:35

 

 내나이 50이 넘어 몇십년만에 초딩 동창들을 만났다 .
중학교 입학 하던 해 서울로 왔으니 정확히는 삼십 육칠년 만에 처음 상면이다.

 

산좋고 물좋은 대청댐 부근 한 오두막에서 모였다.여자가 한 20여명, 남 동창이
십오륙명....합이 30명이 훨 넘었다.

 

어릴적 모습 그대로인 친구가 있는가 하면 전혀 딴 사람이 되어 나타난 친구도 있었다.
전혀 딴 사람이 된 것은 나도 마찬가지....알아보질 못한다.
그래도 반갑고 재밌고....흥에겨워 맛난 음식도 먹고 술도 한잔씩 걸치니 옛날 이야기가 나온다.

 

한 남자 동창이 하는말....."야 ㅇㅇㅇ야~~니네 할아버지가 얼마나 악랄했는지 아냐?"
아닌 밤중에 홍두깨지...울 할아버지 지하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다.
?????? 무슨이유로 남의 조상님께....너~~~~주거쓰~~~

 

너네 할아버지가....이런일이~~하며 털어 놓는 야그는....

 

우린 신탄진에서 꽤나 큰 과수원을 가지고 있었다.
복숭아 밭이 3천여평...포도밭이 천여평....근방에서는 부자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지.
아버지는 공무원이시니 그 큰 농사를 감당 할 수 없어 복숭아밭은 처분을 하고..
포도 밭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 포도 밭에서 일어난 일이란다.

 

남자애들 몇이서 포도 서리를 나섰던 모양..
울 할아버지 자그마한 체구에..날렵하기가 다람쥐 같으셨으니...안잡힐 리 있나~~ㅎㅎㅎㅎ
잡은 전리품을 처리 하시길..

 

원두막 기둥에 두손을 뒤로 묶어 결박을 해 놓으셨다나.....ㅎㅎㅎ
그런데 한 여름 뙤약볕에 앉아 있으니 땀 범벅..코 범벅...눈물 범벅.... 냄샌들 오죽 향기로웠을꼬.


그 향기를 맡고 파리란 넘이 달려드는데...간지러워서 긁고 싶어도 손이 뒤로 묶여 있으니...ㅎㅎㅎㅎㅎ

그 고통~~~차라리 매를 맞는 게 나았으리라.......생각만 해도 웃음이~~~~~ㅎㅎㅎ
그 친구 머리가 허옇게 되어가도 잊지를 못한다고.....아이 고소해~~~~~~


잘 못은 저희들이 해 놓고 우리 할아버지 탓만 하다니..고연넘들~~~~

동네에서 호랑이 할아버지로 유명짜 하였으니...


또하나~우리집은 장터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사시사철 시끌 벅적이다.
더구나 학교가 파하고 저녁때쯤 되면 동네 꼬맹이들이 다 모여 우리집 창 밑에서 딱지치기, 자치기, 고무줄... 술레잡기... 딴데가서 놀라고 해도 가질 않고 밤낮 시끄러우니..우리 할아버지의 묘안~~


하루는 너무 조용하여 나가 보니 굴뚝과 벽사이에 나뭇단이 놓여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생옻나무가 아닌가?

아이들이 옻 오를까봐 십리는 도망가고 없더라~~~~~~ ㅎㅎㅎㅎㅎㅎ


할아버지 덕분에 한동안 조용히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엄하고 무서운 할아버지 였지만 인정은 많으셔서 우리집 일년 365일 객식구 없이 밥 먹어 본 적이 없다.  뒤로 결박당했던 그 넘들도 돌아갈땐 포도 한송이씩 앵겨서 보내셨다 한다.

 

 도둑질 한 주제에 울 할아버지를 악랄하다고????? 고연 넘들~~~

지금도 오랏줄에 묶여 꾀죄죄했을 그넘들 표정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다.ㅎㅎㅎㅎ

 


 

흐르는 곡.... 유익종의 추억의 안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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